일단 쓸 것, 뭐라도 쓸 것


금정연

에세이스트


이것저것 쓰는 사람.
『 서서비행』, 『난폭한 독서』,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아무튼, 택시』, 『담배와 영화』,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아무튼, 택시』,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을 쓰고 『문학의 기쁨』,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등을 함께 썼다. 『수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 『동물농장』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2강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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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서점에 가면 글쓰기에 대한 책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소설 쓰는 법, 시나리오 쓰는 법, 논픽션 쓰는 법, 서평 쓰는 법, 일기 쓰는 법, 논문 쓰는 법, 보고서 쓰는 법, 자기소개서 쓰는 법 등등. 물론 에세이 쓰는 법에 대한 책도 여럿 있어요. 그 말은? 에세이 쓰는 법에 대해서라면 최소한 책 한 권의 분량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실 한 권으로도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그 많은 책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테니까요.

말이 나온 김에 에세이 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 몇 권을 추천하겠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들 위주로 고르면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 대니 샤피로의 <계속 쓰기>, 리디아 데이비스의 <형식과 영향력> 같은 책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브라이언 딜런의 <에세이즘>, 엘렉 식수의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 조지 선더스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그리고 요나스 메카스의 <수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을 더할 수도 있겠죠.

이 책들은 에세이를 쓰는 기술에 관한 책은 아니에요. 다만 텍스트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글쓰기의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거나 배울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요. 다만 그런 책들은 추천하기 조심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기술을 가르치다 보면 이런 방식은 옳고, 저런 방식은 틀리다는 식으로 흐르기가 쉽잖아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쓰기 꿀팁’들을 생각해보세요. 단문을 써라, 형용사와 부사를 쓰지 마라, 접속사를 줄이고 반복하지 말아라,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뭐 그런 것들이요. 모두 맞는 말입니다. 동시에 전부 틀린 말이기도 하지요.

모든 글이 그런 것처럼 에세이를 쓴다는 건 단어를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한 문장을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함으로써 읽는 사람의 내면에 일정한 효과를 일으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의도하는 효과를 위해 적당한 기술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만약 제가 단문 위주의 글을 쓴다면 그건 그 글에 속도감과 단순명쾌한 느낌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지, 단문을 쓰는 것이 올바른 글쓰기의 방법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쯤에서 다소 뻔한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글쓰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물론 정답이 있는데 제가 아직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정답을 모른 채로도 15년 가까이 글을 쓰며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글을 쓰기 위해 정답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그냥 제가 답 없이 사는 것이거나요…… 아 그래서……

그렇게 책들을 읽다 보면 문득 무언가 쓰고 싶다는,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어느 순간 아기가 말을 내뱉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요. 바로 그때가 책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때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읽어야 하고 배워야 할 게 남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좋습니다, 그럼 더 읽으셔야죠. 하지만 글쓰기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한 편의 글이고, 그것이 글쓰기에 대한 우리 나름의 답이라는 사실을요. 우리는 그것을 다듬어 좀 더 나은 답으로 만들거나, 그것을 넘어서서 또 다른 답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할 수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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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Unsplash의NEOM


4. 무엇이든 소재가 될 수 있다

드디어 글로 쓰고 싶은 것을 찾으셨나요? 좋아요,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세요. 아직 못 찾으셨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할게요.

 

A)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인다

내 안에서 쓰고 싶은 무언가를 찾을 수 없다면 밖에서 찾으면 됩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귀에서 이어폰도 빼고 주변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흥미로운 것을 찾아서 기록하세요. 묘사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대화를 기록할 수도 있고, 낙서를 옮겨적을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게 없다고요? 그럼 아무거나 붙잡고 자세히 바라보세요. 프랑스의 시인 프랑시스 퐁주는 6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물이 담긴 컵만 바라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퐁주는 앞에 놓인 사물을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하고 또 관찰하며 시를 썼고, 그렇게 쓴 시를 모아 <사물의 편>이라는 아름다운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B)일기를 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법입니다. 한때는 다섯 종류의 일기를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시간들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굳이 기록의 의미가 아니더라도 일기가 주는 여러 장점들이 있더라고요. 먼저 하루를 더 잘 살게 됩니다. 무심히 넘길 수 있는 일들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하루를 되돌아보며 어떻게 살았는지 복기하게 되니까요. 일기를 쓰며 이런저런 문체를 마음껏 연습할 수도 있고, 손이 굳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지요. 음악가들이 매일 악기를 연주하면서 감각을 유지하는 것처럼요.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여준다는 게 가장 커요. 아니, 그런데 왜 아직도 일기를 쓰지 않으시는 거죠? (급발진)

 

C)리뷰를 쓴다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쓴다거나 영화나 드라마 혹은 TV쇼에 대한 리뷰를 씁니다. 만약 리뷰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그냥 내가 느낀 것을 마음껏 쓴다고 생각하세요. 줄거리를 요약해도 좋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험담을 늘어놔도 좋고, 작품과 아무 상관 없지만 그것을 보면서 떠오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의식의 흐름을 따라 써도 좋고, 그밖에 많은 것들을 쓸 수 있겠죠. 어쩌면 리뷰review라는 말보다는 리액션reaction이라는 말이 더 적당할 수도 있겠네요. 약간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지만 글쓰기는 끊임없는 리액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세계에 대한 리액션, 나 자신과 내가 읽어온 것들에 대한 리액션, 그리고 바로 앞 문장에 이어지는 리액션.

 

D)필사를 한다

필사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필사하느냐에 따라 다른데요, 만약 평소에 키보드로 글을 쓰면서 필사는 손글씨로 한다면 그건 글쓰기와는 상관없는 또 다른 예술활동(캘리그라피 같은)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만약 좋아하는 문장이나 단락을 옮겨 적은 작은 노트를 만들어서 글쓰기가 막혔을 때나 영감이 필요할 때 한 번씩 읽어본다면 그건 도움이 되겠죠. 엑셀 파일로 만들어서 키워드 검색으로 필요한 문장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해두면 나중에 인용을 해야 할 때도 큰 도움이 될 테고요. 좋아하는 문장을 필사한 다음 거기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