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재미’를 정의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이야기에 한해서라면 저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멈출 수 없을 때’ 이것 참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지만, 부크크 원고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뒤늦게 시작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웨이브)를 5회 연속 달리느라 주말이 순삭될 때, 이야기가 쳐놓은 덫에 걸려 재미라는 늪에 푹 빠져버렸음을 느낍니다.
‘이야기’ 혹은 ‘스토리’란 매우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사고부터 엄청난 규모로 펼치는 상상의 세계까지,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저마다 생각하는 ‘이야기’의 범주가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지면을 빌어 제가 작가이자 기획자로서 만들어 온 ‘장르적 쾌감’을 주는 이야기에 관해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수많은 이야기의 갈래 중 그나마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아마도 서사 콘텐츠 중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예술성이 보다 중요한 이야기들을 지칭합니다) 갈래에 가까운 소설을 쓸 때는 제가 제안하는 방안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혹은 중요할 수도 있고요. 이 분야에 관해서는 기획이나 창작을 해본 바가 없는 순수한 독자에 가까워서 제가 전하는 내용 중 어떤 부분이 얼마만큼 적합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듭니다. 이 부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간을 잊고 끝까지 빠져드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을 시작할 때, 공모전, 투고 혹은 여타 경로로 기획안이나 원고를 검토할 때, 제가 가장 첫 번째로 확인하는 요소는 이야기 속에 ‘마음을 줄 캐릭터’가 있는가입니다. ‘마음을 줄 캐릭터’는 다시 말하면 독자가 ‘쫓아갈 수 있는 주인공’이죠. ‘매력적인 주인공’, ‘강렬한 주인공’, ‘감정이입의 대상’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되는 이 존재는 ‘재미’를 추구하는 ‘서사 콘텐츠’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내 이야기’와 ‘비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마음을 줄 캐릭터’는 ‘나’와 ‘비범한 사람’의 교집합입니다. 하나씩 짚어 볼까요?
픽션에서 이야기는 주인공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가 차례로 이어지며 진행됩니다. 주인공이 A라는 행동을 하면 B라는 결과가 일어나고 그에 대해 주인공은 C라는 행동으로 응답하고 그래서 D로 귀결되는 식이죠. 사람들이 최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과관계를 적절히 조합해 구성한 이야기 구조를 우리는 플롯이라고 부릅니다. 플롯은 다음 화에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이야기의 시작점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볼게요.
현실에서 사람들에게 화제가 될 만한 사건, 즉 ‘이야깃거리’가 될 스토리는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벌어집니다. ‘나’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는 한 인생에 걸쳐 상당히 천천히 펼쳐지잖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한 6개월 정도 일정 기간을 뚝 떼서 본다면 대부분 뭐 대단한 일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엔 지난 6개월 사이 이직을 했고...그 외에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네요. 이직이라는 행동의 결과 회사의 거대한 비밀을 밝혀냈다든지 그런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는 없어요. 그냥 이직한 회사원일 뿐이죠.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재미와 감동을 끌어내야 하는 픽션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한 인간의 인생에서 최고로 드라마틱한 부분을 압축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야기의 시작엔 반드시 주인공의 인생을 완전히 뒤흔들 만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요. 그래야 주인공이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평범한 6개월을 보내지 않고, 충격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사건이 본격적으로 굴러가게 되죠.
이때 주인공이 움직이는 기준은 주인공의 ‘욕망’입니다.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에서 평범한 17세 소년 후치는 아버지가 드래곤에게 포로로 잡히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그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얼굴도 가물가물한 사돈어른을 찾으러 가는 것이라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죠. 그러나 현실에서 내 소중한 혈육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드래곤 정벌만큼 힘든 어떤 일이라도 해서 그를 구하려 들 것입니다. 이렇게 ‘가족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라는 주인공의 ‘보편적인’ 욕망은 ‘내 욕망’이자 ‘내 이야기’와 다를 바 없기에 독자들은 쉽게 주인공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출처:Unsplash의TK
그렇다면 우리와 똑같기만 하면 우리는 그 주인공을 좋아하게 될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저 ‘나’ 같기만 한 사람에게는 ‘이입’을 할 순 있으나, ‘매력’을 강력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나보다 위대한 사람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것조차도 우리의 욕망이기 때문이에요. 오늘의 나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욕망, 나의 결핍을 메워줄 사람을 찾고 싶은 욕망.
『드래곤 라자』의 후치는 열일곱의 평범한 소년으로 보이지만, 비범함을 지녔습니다. 바로 타자에 대한 이해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인데요. 그는 타 종족, 적대자,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들과 대화를 꺼리지 않습니다. 말을 특별히 잘한다거나 논쟁적인 건 아니에요. 모든 일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도 아니죠. 다만, 그는 타자와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대한 통찰을 넓혀갑니다. 그 덕에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는지, 그로 인해 인간종으로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깨닫고 실행에 옮기는 인물입니다. 현실을 사는 우리는 이런 비범함을 발현할 기회조차 없죠. 앞서 말했듯이 대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본인이 선택한 결과에 따른 낯선 상황 속에서 비범한 면모를 보여주는 주인공을 동경하면서 그들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이렇듯 캐릭터의 ‘평범함’과 ‘비범함’의 적절한 조화는 이야기를 마치 내 얘기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이야기를 끝까지 흥미롭게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여러분 마음속 최고의 캐릭터는 누구이며, 그들의 평범함과 비범함은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재미’를 정의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이야기에 한해서라면 저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멈출 수 없을 때’ 이것 참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지만, 부크크 원고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뒤늦게 시작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웨이브)를 5회 연속 달리느라 주말이 순삭될 때, 이야기가 쳐놓은 덫에 걸려 재미라는 늪에 푹 빠져버렸음을 느낍니다.
‘이야기’ 혹은 ‘스토리’란 매우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사고부터 엄청난 규모로 펼치는 상상의 세계까지,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저마다 생각하는 ‘이야기’의 범주가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지면을 빌어 제가 작가이자 기획자로서 만들어 온 ‘장르적 쾌감’을 주는 이야기에 관해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수많은 이야기의 갈래 중 그나마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아마도 서사 콘텐츠 중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예술성이 보다 중요한 이야기들을 지칭합니다) 갈래에 가까운 소설을 쓸 때는 제가 제안하는 방안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혹은 중요할 수도 있고요. 이 분야에 관해서는 기획이나 창작을 해본 바가 없는 순수한 독자에 가까워서 제가 전하는 내용 중 어떤 부분이 얼마만큼 적합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듭니다. 이 부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간을 잊고 끝까지 빠져드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을 시작할 때, 공모전, 투고 혹은 여타 경로로 기획안이나 원고를 검토할 때, 제가 가장 첫 번째로 확인하는 요소는 이야기 속에 ‘마음을 줄 캐릭터’가 있는가입니다. ‘마음을 줄 캐릭터’는 다시 말하면 독자가 ‘쫓아갈 수 있는 주인공’이죠. ‘매력적인 주인공’, ‘강렬한 주인공’, ‘감정이입의 대상’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되는 이 존재는 ‘재미’를 추구하는 ‘서사 콘텐츠’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내 이야기’와 ‘비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마음을 줄 캐릭터’는 ‘나’와 ‘비범한 사람’의 교집합입니다. 하나씩 짚어 볼까요?
픽션에서 이야기는 주인공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가 차례로 이어지며 진행됩니다. 주인공이 A라는 행동을 하면 B라는 결과가 일어나고 그에 대해 주인공은 C라는 행동으로 응답하고 그래서 D로 귀결되는 식이죠. 사람들이 최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과관계를 적절히 조합해 구성한 이야기 구조를 우리는 플롯이라고 부릅니다. 플롯은 다음 화에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이야기의 시작점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볼게요.
현실에서 사람들에게 화제가 될 만한 사건, 즉 ‘이야깃거리’가 될 스토리는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벌어집니다. ‘나’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는 한 인생에 걸쳐 상당히 천천히 펼쳐지잖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한 6개월 정도 일정 기간을 뚝 떼서 본다면 대부분 뭐 대단한 일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엔 지난 6개월 사이 이직을 했고...그 외에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네요. 이직이라는 행동의 결과 회사의 거대한 비밀을 밝혀냈다든지 그런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는 없어요. 그냥 이직한 회사원일 뿐이죠.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재미와 감동을 끌어내야 하는 픽션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한 인간의 인생에서 최고로 드라마틱한 부분을 압축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야기의 시작엔 반드시 주인공의 인생을 완전히 뒤흔들 만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요. 그래야 주인공이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평범한 6개월을 보내지 않고, 충격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사건이 본격적으로 굴러가게 되죠.
이때 주인공이 움직이는 기준은 주인공의 ‘욕망’입니다.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에서 평범한 17세 소년 후치는 아버지가 드래곤에게 포로로 잡히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그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얼굴도 가물가물한 사돈어른을 찾으러 가는 것이라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죠. 그러나 현실에서 내 소중한 혈육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드래곤 정벌만큼 힘든 어떤 일이라도 해서 그를 구하려 들 것입니다. 이렇게 ‘가족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라는 주인공의 ‘보편적인’ 욕망은 ‘내 욕망’이자 ‘내 이야기’와 다를 바 없기에 독자들은 쉽게 주인공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출처:Unsplash의TK
그렇다면 우리와 똑같기만 하면 우리는 그 주인공을 좋아하게 될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저 ‘나’ 같기만 한 사람에게는 ‘이입’을 할 순 있으나, ‘매력’을 강력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나보다 위대한 사람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것조차도 우리의 욕망이기 때문이에요. 오늘의 나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욕망, 나의 결핍을 메워줄 사람을 찾고 싶은 욕망.
『드래곤 라자』의 후치는 열일곱의 평범한 소년으로 보이지만, 비범함을 지녔습니다. 바로 타자에 대한 이해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인데요. 그는 타 종족, 적대자,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들과 대화를 꺼리지 않습니다. 말을 특별히 잘한다거나 논쟁적인 건 아니에요. 모든 일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도 아니죠. 다만, 그는 타자와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대한 통찰을 넓혀갑니다. 그 덕에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는지, 그로 인해 인간종으로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깨닫고 실행에 옮기는 인물입니다. 현실을 사는 우리는 이런 비범함을 발현할 기회조차 없죠. 앞서 말했듯이 대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본인이 선택한 결과에 따른 낯선 상황 속에서 비범한 면모를 보여주는 주인공을 동경하면서 그들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이렇듯 캐릭터의 ‘평범함’과 ‘비범함’의 적절한 조화는 이야기를 마치 내 얘기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이야기를 끝까지 흥미롭게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여러분 마음속 최고의 캐릭터는 누구이며, 그들의 평범함과 비범함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