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퇴고하셨나요?


김선영

작가


2007년부터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13년 동안은 방송 작가로 살았고,
지금은 책을 쓰고 강의하며 글쓰기 초심자들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글쓰기코치 글밥'이라고도 불린다.
누구나 용기를 내면 가슴 속에 담아둔 이야기로 책 한 권쯤 쓸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저서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2023), <어른의 문장력>(2022), <어른의 문해력>(2022)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2021) <오늘부터 나를 고쳐 쓰기로 했다>(2024)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2020)

 



2강 나무를 손질하고 베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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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나무 손질하기: 문장 퇴고 ‘바꾸기’


예비 저자: 오늘은 문장 퇴고 방법 중에서 ‘빼기’를 배울 차례 맞죠?

글밥 코치: 앞서 문장을 퇴고하는 방법으로 더하기, 빼기, 바꾸기가 있다고 했는데요, 바꾸기 먼저 해볼 거예요. 빼기를 나중에 하는 이유는 다음 시간에 알려줄게요.

예비 저자: 아, 궁금한데. 그런데 ‘바꾼다’라는 게 무슨 뜻일까요? 설마... 아예 처음부터 새로 쓰라는 뜻은 아니겠죠?

글밥 코치: 그럴 리가요. 바꾸기의 목적은 ‘간결하고 생기 있게’ 문장을 다듬는 것입니다. 글에는 쓰는 사람 성격이 드러납니다. 유머러스한 사람은 문장에서도 장난기가 묻어납니다. 말할 때 장황한 사람은 글에도 군더더기가 많고요. 글은 그 사람 사고방식, 생각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죠.

예비 저자: 좀 무서운데요. 저의 실체가 만천하에 낱낱이 공개되는 기분이에요.

글밥 코치: 그래도 다행인 점은, 한 번 뱉어버린 말은 되돌리지 못해도 글은 여러 번에 걸쳐 퇴고할 수 있다는 거죠. 처음엔 불명확했더라도 정확한 문장으로 고쳐버릇하면 우유부단한 성격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습관적으로 쓰던 피동형 문장을 능동형으로 바꾸어 쓰다 보면 소심한 성격도 차츰 자신감 있게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예비 저자: 방금 피동형 문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문장이 피동형인가요?

글밥 코치: 예를 들어, ‘오늘부터 외벌이가 됐으니 그만큼 씀씀이가 적어져야 될 것 같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어떤가요?

예비 저자: 크게 이상하지는 않은데. 어느 부분을 바꿔야 하는 거죠?

글밥 코치: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오늘부터 외벌이가 됐으니 그만큼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예비 저자: 아, 고치니까 알겠네요. 바꾼 문장이 훨씬 능동적이네요. 뭔가 의지가 느껴지는 말투? 그럼 문장은 무조건 능동형으로 바꾸는 게 좋을까요?

글밥 코치: 무조건은 아니죠. 일부러 문학적인 효과를 주려고 피동형 문장을 쓰기도 하니까요. 가령, 정지용 시인의 시구 ‘꿈엔들 잊힐리야’처럼요. 하지만 보통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능동형으로 문장을 썼을 때 읽는 사람이 편안합니다.

예비 저자: 저도 퇴고할 때 의식하고 살펴봐야겠네요. 또 바꿔야 할 것이 있나요?

글밥 코치: 길이가 너무 긴 문장이에요. 아래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서평을 써야 한다는 과제 공지를 받고부터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문장으로 풀어내는 일이 의외로 만만치 않은 데다 평소 독서는 즐기지만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데는 서툴렀던 터라,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거기에 비평까지 써야 하니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예비 저자: 와, 읽기만 해도 호흡 곤란이 올 것 같아요. 실은 저도 쓸 때는 몰랐는데 퇴고하면서 보니까 이런 문장이 꽤 있더라고요.

글밥 코치: 그래서 퇴고가 필요하죠. 복문으로 문장을 쓰다 보면 주어와 술어가 멀어지면서 비문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읽기가 힘들어요. ‘마침표’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위 문장을 적당하게 잘라보겠어요?


→ 문장 자르기

서평을 써야 한다는 과제 공지를 받고부터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문장으로 풀어내는 일이 의외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평소 독서는 즐기지만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데는 서툴렀다./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거기에 비평까지 써야 하니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글밥 코치: 잘했어요. 보기도 좋고 읽기도 좋아졌네요.

예비 저자: 이 정도쯤이야. 그럼 글은 복문보다는 단문 위주로 쓰는 게 좋을까요?

글밥 코치: 글에 있어 반드시 ‘무엇보다 무엇이 낫다’라고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맥락에 따라 복문이 필요할 때도 읽고 읽는 사람의 취향도 전부 다르니까요. 확실한 점은 단문은 읽기가 편하다는 것, 그리고 글쓰기 초보에게는 비문이 발생할 확률을 줄여주니 안전하다는 거예요. 어느 정도 글에 자신감이 붙은 후에는 단문과 복문을 적당히 섞어서 쓰면서 글에 ‘리듬감’을 만드는 것도 좋아요.

예비 저자: 글쓰기에 숙달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단문 위주로 쓰는 게 좋겠네요.

글밥 코치: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자신만의 문체도 점점 생길 거예요. 자,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두 개의 문장이 있어요. 어떤 문장이 더 좋은 문장처럼 보이죠?


- 공원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 고인돌공원에 이십 대부터 칠십 대까지 모여있었다.


예비 저자: 두 번째 문장이 구체적으로 보여줘서 좋네요.

글밥 코치: 그렇죠? 문장 퇴고할 때, 이렇게 뭉뚱그려진 단어가 있는지도 확인해보세요. 공원이라면 무슨 공원인지, 다양하다면 무엇 때문에 다양한지를 써주는 게 좋아요. ‘나는 꽤 오랫동안 글을 썼다.’라는 문장보다는 ‘나는 5년 전부터 글을 썼다.’라는 표현이 더 좋습니다. 사람도 그렇잖아요.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사람보단 투명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잖아요.

예비 저자: 맞아요. 그림 그리듯이 생생하게 표현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어요.

글밥 코치: 그 외에도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습관처럼 사용하는 ‘의’ 대신 그 자리를 동사로 바꿔보는 거예요. ‘엄마의 된장찌개는 맛있다’라는 문장보다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는 맛있다’라는 문장이 더 낫다는 뜻이에요.

예비 저자: ‘~의~’는 일본식 표현이라는 이야기도 들어본 것 같아요. 동사가 들어가면 확실히 문장이 생생한 느낌이 들어요.

글밥 코치: 맞아요. ‘의’ 속에 숨어있는 동사를 꺼내는 연습을 지금 바로 해볼까요?


1) 나는 친구의 배려에 감동했다. → 나는 친구가 베푼 배려에 감동했다.

2) 민수는 직장동료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 민수는 직장동료가 해준 충고를 받아들였다.

3)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 부모가 품었던 기대에 부응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4) 직원들은 회사의 복지제도에 대체로 만족했다.

→ 직원들은 회사가 마련한 복지제도에 대체로 만족했다.

5) 발레단의 공연은 환상적이었다.

→ 발레단이 펼친 공연은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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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나무 베어내기: 문장 퇴고 ‘빼기’

글밥 코치: 벌써 일주일이 흘렀네요. 한 주 동안 배운 대로 퇴고해보셨어요?

예비 저자: 네, 알려주신 대로 고치니까 제가 봐도 문장이 더 나아졌더라고요. 퇴고를 하면서 내 글도 책이 될 수 있겠다, 하는 희망이 점점 생기고 있어요. 초고만 겨우 완성해놓고 글이 형편없다고 좌절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좀 우스워요.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인데! 그런데 더하고, 바꾸다 보니 분량이 너무 많아졌어요. 오늘은 빼기를 배울 테니 괜찮겠죠?

글밥 코치: 분량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빼다 보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홀쭉해질 테니까요. 문제는 살 빼기만큼 어려운 게 문장 다이어트라는 거예요. 빼기를 마지막에 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중요하지만 어렵다는 것!

예비 저자: 그럴 것 같아요. 겨우 공들여서 썼는데 다시 지운다는 게 솔직히 내키지 않거든요.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같고...

글밥 코치: 이태준 선생님은 <문장 강화>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다’. 평소 애먼 사람한테 신경질 내지 말고, 고쳐 쓰면서 마음껏 신경질 부려보세요. 퇴고의 8할은 불필요한 단어를 없애는 일입니다.

예비 저자: 좋아요. 무엇부터 빼면 좋을까요? 부사를 많이 쓰면 안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어요. 다행히 제 글에는 부사가 별로 없더라고요.

글밥 코치: 맞습니다. 부사는 용언(동사, 형용사) 앞에 붙어서 용언을 꾸며주는 말이죠. 가령 정말, 매우, 몹시, 너무, 가장 같은 말들이요. 물론 꼭 필요할 때는 써야겠지만 남용하면 강조 효과가 오히려 떨어지거든요. ‘정말 기뻤다’라는 표현은 ‘정~말’ 기뻤을 때 써야 그 의미가 극대화된다는 이야기예요.

예비 저자: 그런데 이일도 정말 기쁘고, 저 일도 정말 기쁠 수 있잖아요. 기쁨을 잘 느끼는 사람은 어떻게 하죠?

글밥 코치: 기쁘다는 표현을 ‘기쁘다’라는 문장에 한정해서 그래요. ‘기쁨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해결됩니다. ‘펄쩍펄쩍 뛰었다’라든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도 기쁨을 표현하는 문장이죠.

예비 저자: 그렇네요. ‘정말’이라는 단어 하나에 많은 장면이 숨어있는 거네요.

글밥 코치: 그렇죠. 부사를 자주 쓴다는 건 표현을 게을리한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또 빼야 할 것 중에 접속사를 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하지만, 그러므로’ 등이 있죠. 말하듯이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말할 때 접속사를 쓰면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글을 쓸 때는 습관처럼 쓰고 있어요. 글을 다 쓴 후에 접속사를 손가락으로 가려보세요. 없어도 크게 관계없다면 지우는 게 깔끔합니다. 지나친 꾸밈은 본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퇴색시키니까요.


[초고]

나는 딸기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마트에 갈 때마다 딸기가 있는지 매우 열심히 살펴본다. 하지만 없는 날이 많아서 굉장히 실망한다. 하지만 어떤 날은 딱 하나 남은 딸기를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엄청나게 기쁘다.

 

[부사와 접속사를 덜어낸 글]

나는 딸기를 좋아한다. 마트에 갈 때마다 딸기가 있는지 살펴본다. 하지만 없는 날이 많아서 실망한다. 어떤 날은 딱 하나 남은 딸기를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기뻐서 펄쩍펄쩍 뛴다.


예비 저자: 미인은 애써서 꾸미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군요. 빼야 할 게 더 있을까요?

글밥 코치: 겹치는 표현입니다. 초고는 보통 무의식적으로 뻗어나가니 같은 의미 단어를 중복으로 쓸 때가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그렇습니다. 이를 신경 쓰면서 초고를 쓰면 진도가 안 나가니 단어 퇴고를 할 때 빼주면 됩니다. 아래 글에서 중복으로 사용된 단어가 있는지 찾아보겠어요?


- 우리는 남들이 잘 모르는 비밀스러운 골목길에서 만났다. 담장 안쪽으로는 2인용 커플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예비 저자: 찾았어요! ‘2인용’과 ‘커플’은 같은 뜻이니까 둘 중 하나를 빼야겠네요.

글밥 코치: 맞아요. 또요?

예비 저자: 또 있어요?

글밥 코치: ‘남들이 잘 모르는’과 ‘비밀스러운’은 같은 의미죠. 이 역시 둘 중 하나만 놔두고 빼는 게 간결합니다.

예비 저자: 그렇네요. 꼼꼼하게 찾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일도 다반사겠어요.

글밥 코치: 마지막으로 글을 딱딱하게 만드는 한자어-적, 화, 성-을 언급할게요. 잊어버리지 않게 ‘붉은 화성’으로 기억해보세요.


문해력 부족 현상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 문해력 부족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환경 문제는 갈수록 복잡화되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 환경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그렇게 걱정하지 말고 과감성 있게 도전해 봐.

→ 그렇게 걱정하지 말고 과감하게 해 봐


예비 저자: 정말 ‘적, 화, 성’을 제거해도 아무 지장이 없네요? 군살을 걷어내니 훨씬 가볍고 읽기도 좋아요. 
퇴고에서 ‘빼기’란, 없어도 되는 것을 ‘발견’하는 일인 것 같아요.

글밥 코치: 맞습니다. 소유할수록 무겁고 걱정이 많아지는 우리 인생과 비슷하지요? 그 진리를 ‘발견’했을 때 우리 삶도, 문장도 가벼워지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