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숲 조망하기: 한 문단에 중심 생각은 하나
예비 저자: 안녕하세요. 여기가 ‘부크크 클래스’ 맞죠? 제 이름으로 에세이를 출판하고 싶어서 왔는데...
글밥 코치: 어서 오세요! 책을 내고 싶군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출판사 제안으로 책 6권을 출간한 저자이자 방송작가 13년 경력을 지닌 저, ‘글쓰기 코치 글밥’이 책을 쓸 때 꼭 필요한 기술을 아낌없이 내어드릴 테니까요.
예비 저자: 아, 예. 초고는 겨우 완성했는데 아직 책을 내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라서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고.
글밥 코치: 헤밍웨이도 자신의 초고를 ‘쓰레기’에 비유했다죠. 저의 초고도 당연히 형편없답니다(절대 보여줄 수 없어요!). 글을 글답게, 책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퇴고입니다. 누군가 “글 잘 쓰는 비법이 무엇일까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죠. “진절머리가 날 때까지 고치세요.” 지름길은 없어요. 글은 고칠수록 나아집니다.
예비 저자: 역시 시간이 필요한 일이군요. 그럼 저도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퇴고해보겠습니다. 맞춤법부터 확인하면 될까요?
글밥 코치: 퇴고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나무를 보기 전에 숲부터 조망해야 엉뚱한 산에 올라가서 도끼질 안 하죠.
글은 단어→ 문장→ 문단 순서로 확장하며 완성이 되잖아요. 퇴고는 거꾸로 하는 겁니다.
문단→ 문장→ 단어 순서로, 큰 덩어리부터 시작해 세밀하게 가는 거예요.
예비 저자: 아하, 그럼 일단 문단부터 살펴봐야겠네요. 그런데 정확히 문단이 뭐예요? 단락이랑 같은 거예요?
글밥 코치: 맞습니다. 문단(단락)이란 중심 생각이 하나인 글 덩어리를 뜻하는데요. ‘한 문단에서는 하나의 생각’을
다룬다고 보면 돼요. 보통 엔터키를 눌러 줄 바꿈으로 표시하잖아요. 글 한 편은 여러 개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단A + 문단B + 문단C + 문단D = 글 |
글밥 코치: A에서 할 말과 B에서 할 말이 섞이면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C, D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문단 구분이 없는 통 글을 볼까요? 조금 답답해도 이해해주세요.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하는 편이다. 날씨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가끔은 철저하게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내 친구는 반대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며 아무 예약도 없이 새벽부터 차를 끌고 나간다. 인기 숙소인데 마침 누가 취소를 해서 반값에 묵게 됐다며 그녀는 기뻐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도 충분히 즐기는 그녀가 부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운이 좋았을 뿐, 외지에서 식당을 찾지 못해 배를 주린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일로 고생한 적은 없었다. 식당이 어디 있는지 확인은 물론, 문 닫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B, C까지 꾸려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맛집을 찾는 비결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집을 피하는 것이다. 보통 그런 곳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돈을 주고 협찬을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 낚여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에 갔다가 바가지를 쓴 적도 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계획파와 행동파,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듯하다. |
예비 저자: 문단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니까 읽기가 어지럽네요.
글밥 코치: 맞아요, 가독성을 위해서도 문단 나누기는 필요하죠.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일까요?
예비 저자: 음 ‘여행 가기 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를 말하고 싶은 것 같아요.
글밥 코치: 실력이 보통이 아닌데요. 이제 모든 문단은 주제를 향해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문단을 ‘중심 생각’ 단위로 나눠볼게요.
A)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한다. 날씨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가끔은 철저하게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 중심 생각: 나는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한다. |
B) 내 친구는 반대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며 아무 예약도 없이 새벽부터 차를 끌고 나간다. 인기 숙소인데 마침 누가 취소를 해서 반값에 묵게 됐다며 그녀는 기뻐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도 충분히 즐기는 그녀가 부러웠다. → 중심 생각: 계획 없이도 여행을 잘 다니는 친구가 부럽다. |
C)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운이 좋았을 뿐, 식당을 찾지 못해 배를 주린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일로 고생한 적은 없다. 식당이 어디 있는지 확인은 물론, 문 닫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B, C까지 꾸려놓았기 때문이다. → 중심 생각: 계획파는 변수가 생겨도 안전하다. |
D) 내가 맛집을 찾는 비결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집을 피하는 것이다. 보통은 그런 곳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돈을 주고 협찬을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 낚여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에 갔다가 바가지를 쓴 적도 있다. → 중심 생각: 맛집을 인스타그램에서 찾으면 실망하기 쉽다. |
E)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계획파와 행동파,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 중심 생각: 계획파와 행동파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
예비 저자: 문단별로 나누니까 하고자 하는 말이 좀 더 분명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내 글을 퇴고할 때도 이렇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문단에 하나씩 들어있는지 확인하라는 뜻이군요!
글밥 코치: 맞습니다. 문단마다 중심 생각이 하나씩만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단을 조정해주는 거죠. 가만, 그런데 거슬리는 문단이 있네요.
예비 저자: 거슬린다고요?
글밥 코치: 문단D 말이에요. 계획파와 행동파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중에 ‘맛집을 찾는 비결’이라는 다른 화제가 끼어들었잖아요. 유용한 팁이지만 굳이 필요할까요? 주제에서 어긋나는 내용을 제거해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도드라집니다. 잡초를 뽑아버려야 농작물이 튼튼하게 자라듯이요.
예비 저자: 어쩐지! 글을 한참 쓰다 보면 글이 산으로 가 있을 때가 있더라고요. 원래 말하려고 했던 내용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글밥 코치: 맞아요. 그런데 초고를 쓸 때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생각을 자유롭게 뻗어가기가 힘들거든요. 이렇게 퇴고하면서 문단을 정리해주면 됩니다.
하나 더, 문단E에서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라는 문장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라는 문장 앞에 붙으니 좀 어색한 느낌이 드는데 어디로 옮기면 좋을까요?
예비 저자: ‘계획파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문단A에 어울리는 문장 같아요. 문장을 문단A로 삽입하면 어떨까요?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한다. 날씨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가끔 철저하게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
글밥 코치: 좋아요.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한다는 A문단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네요.
예비 저자: 글이 한결 깔끔해졌어요.
글밥 코치: 오늘 기억해야 할 건 이거예요. 한 문단에는 중심 생각이 하나! 각 문단은 주제로 향한다. 일주일 동안은 그 점에 집중해서 퇴고해보세요.
예비 저자: 이제 좀 감이 오는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2화 나무 살피기: 문장 퇴고 ‘더하기’
예비 저자: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알려주신 대로 문단 퇴고를 해봤는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중심 생각 단위로 이야기를 끊어보니까 제가 쓴 글에 주제가 모호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래서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기도 했고요.
글밥 코치: 잘하셨네요! 초고부터 너무 진을 빼지 말라는 이유예요. 문단 단위로 퇴고를 하고 구성을 바꾸다 보면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계속 보이거든요. 퇴고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글의 완성도를 높여가면 됩니다.
예비 저자: 문단 단위로 퇴고를 한 다음에는 문장 퇴고로 가는 거겠죠?
글밥 코치: 맞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멀리서 숲(문단)을 조망했다면 이제 숲속으로 걸어 들어갈 차례입니다. 나무 가까이에 다가가서 살펴보고 거친 나무껍질을 손가락으로 더듬어도 봅니다. 줄기가 튼튼하게 뻗어있는지, 잔가지가 너무 많은 건 아닌지 눈여겨보는 거죠. 문장을 다듬는 방법, 세 가지로 요약해볼까요?
예비 저자: 퇴고에도 수학이 필요하군요.
글밥 코치: 안심하세요. 수학보다 쉽습니다. ‘더하기’부터 가볼까요. 무엇을 더할까요?
예비 저자: 글에서 부족한 부분이겠죠?
글밥 코치: 맞아요, 부족한 설명, 묘사, 문장 성분(주어, 목적어 등)을 더합니다. 독자의 눈으로 글을 읽어보라는 거예요. 읽는 사람이 ‘이게 무슨 뜻이지?’하고 자주 멈추거나 검색하게 만들면 불친절한 글입니다. 글만 읽어도 상황이 바로 이해되고 머릿속에 그려지게끔 도와주어야 합니다. 너무 어렵거나 전문적인 용어는 피하고, 쓰고 싶은 경우 설명해주는 게 좋죠. 예문을 살펴볼게요.
[초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옷이 젖거나 말거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에 젖은 김에 수영을 즐겼다. |
[설명을 더한 글]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신비로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물속으로 뛰어내리게 했다는 신화 속 요정 세이렌이 속초 앞바다에 찾아온 것인가. 옷이 젖거나 말거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에 젖은 김에 수영을 즐겼다. |
글밥 코치: 그리스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세이렌’이 낯설 수 있겠죠. 어떤 맥락인지 한 줄 설명만 붙여줘도 친절한 글이 됩니다.
예비 저자: 사실, 저 그리스 신화를 안 읽어봤거든요. 처음에는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는 뜻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헷갈려요. 너무 세세하게 설명하면 오히려 TMI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글밥 코치: 가령, ‘나는 산책을 하다가 기다란 의자인 벤치에 앉았다’처럼 벤치를 설명할 필요는 없죠. 누구나 알만한 사실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상대방은 모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람마다 경험과 지식의 폭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지식의 저주’라고도 하잖아요.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불친절한 글을 쓸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중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쓰면 친절한 글이 됩니다.
예비 저자: 내용은 충분히 이해가 가게끔 썼는데 왠지 밋밋한 글은 왜 그런 거예요? 사실 제 글이 그렇거든요. 뭔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글밥 코치: 그렇다면 묘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설명은 친절한데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초고] 파리 여행 중에 지하 묘지 카타콤에 가보았다. 루이 16세가 도시 미화 정책으로 묘지의 유골을 모두 지하로 옮긴 곳인데 지금은 관광코스가 됐다고 한다. 지하로 내려가자마자 눈을 의심할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실제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
글밥 코치: 눈을 의심할 만큼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데 머릿속에 장면이 정확히 그려지지 않습니다. 카타콤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문장만 가지고 글쓴이의 감정에 공감하기 힘들겠죠. 묘사를 구체적으로 해줘야 합니다.
[묘사를 더한 글] 파리 여행 중에 지하 묘지 카타콤에 가보았다. 루이 16세가 도시 미화 정책으로 묘지의 유골을 모두 지하로 옮긴 곳인데 지금은 관광코스가 됐다고 한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자마자 눈을 의심할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좁은 지하통로 양쪽에는 마치 벽돌처럼 첩첩이 사람 해골을 쌓아 올려 담장 길을 이루고 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진 미로 같은 해골 길을 걷다 보니 점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
예비 저자: 와, 정말 느낌이 다르네요. 초고를 읽었을 때는 한 무더기의 해골이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구체적으로 묘사하니까 해골 담장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들어요. 설명과 묘사 더하기. 저도 퇴고할 때 중점적으로 살펴야겠어요. 더해야 할 것이 또 있을까요?
글밥 코치: 가끔 중요한 걸 빠뜨릴 때가 있거든요. 내 머릿속에는 다 들어있으니까 무심코 넘어가요. 퇴고하면서 꼼꼼히 봐야 해요. 아래 예문에서는 무엇이 빠졌을까요?
[초고] 지민이가 주말에 경주에 가자고 했다. 사실은 나도 경주에 가고 싶었지만 선약이 있었다. 일주일 전 남자 친구와 강릉에 가기로 약속한 것이다. 계속 졸라대는 통에 나는 하루 전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가기로 결정했다. |
예비 저자: 결국 어디에 가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글밥 코치: 문장의 기본 골격은 주어+(목적어)+서술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간혹 목적어가 꼭 필요한 상황인데 빠뜨리거나 주체가 바뀌었는데도 주어를 알려주지 않는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장소나 사람이 여럿 등장하는 내용에서는 주어와 목적어 등 기본 문장 성분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빠진 문장 성분을 더한 글] 지민이가 주말에 경주에 가자고 했다. 사실은 나도 경주에 가고 싶었지만 선약이 있었다. 일주일 전 남자 친구와 강릉에 가기로 약속한 것이다. 지민이가 계속 졸라대는 통에 나는 하루 전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경주에 가기로 결정했다. |
*김선영 작가님의 첫 강의 '숲을 조망하고 나무 살피기' 를 읽고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을 달아주세요!
선정되신 분들에게는 작가님이 직접 답변해주실 예정입니다!
*2강은 5/17일 오픈 됩니다!
1화. 숲 조망하기: 한 문단에 중심 생각은 하나
예비 저자: 안녕하세요. 여기가 ‘부크크 클래스’ 맞죠? 제 이름으로 에세이를 출판하고 싶어서 왔는데...
글밥 코치: 어서 오세요! 책을 내고 싶군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출판사 제안으로 책 6권을 출간한 저자이자 방송작가 13년 경력을 지닌 저, ‘글쓰기 코치 글밥’이 책을 쓸 때 꼭 필요한 기술을 아낌없이 내어드릴 테니까요.
예비 저자: 아, 예. 초고는 겨우 완성했는데 아직 책을 내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라서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고.
글밥 코치: 헤밍웨이도 자신의 초고를 ‘쓰레기’에 비유했다죠. 저의 초고도 당연히 형편없답니다(절대 보여줄 수 없어요!). 글을 글답게, 책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퇴고입니다. 누군가 “글 잘 쓰는 비법이 무엇일까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죠. “진절머리가 날 때까지 고치세요.” 지름길은 없어요. 글은 고칠수록 나아집니다.
예비 저자: 역시 시간이 필요한 일이군요. 그럼 저도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퇴고해보겠습니다. 맞춤법부터 확인하면 될까요?
글밥 코치: 퇴고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나무를 보기 전에 숲부터 조망해야 엉뚱한 산에 올라가서 도끼질 안 하죠.
글은 단어→ 문장→ 문단 순서로 확장하며 완성이 되잖아요. 퇴고는 거꾸로 하는 겁니다.
문단→ 문장→ 단어 순서로, 큰 덩어리부터 시작해 세밀하게 가는 거예요.
예비 저자: 아하, 그럼 일단 문단부터 살펴봐야겠네요. 그런데 정확히 문단이 뭐예요? 단락이랑 같은 거예요?
글밥 코치: 맞습니다. 문단(단락)이란 중심 생각이 하나인 글 덩어리를 뜻하는데요. ‘한 문단에서는 하나의 생각’을
다룬다고 보면 돼요. 보통 엔터키를 눌러 줄 바꿈으로 표시하잖아요. 글 한 편은 여러 개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단A + 문단B + 문단C + 문단D = 글
글밥 코치: A에서 할 말과 B에서 할 말이 섞이면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C, D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문단 구분이 없는 통 글을 볼까요? 조금 답답해도 이해해주세요.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하는 편이다. 날씨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가끔은 철저하게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내 친구는 반대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며 아무 예약도 없이 새벽부터 차를 끌고 나간다. 인기 숙소인데 마침 누가 취소를 해서 반값에 묵게 됐다며 그녀는 기뻐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도 충분히 즐기는 그녀가 부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운이 좋았을 뿐, 외지에서 식당을 찾지 못해 배를 주린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일로 고생한 적은 없었다. 식당이 어디 있는지 확인은 물론, 문 닫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B, C까지 꾸려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맛집을 찾는 비결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집을 피하는 것이다. 보통 그런 곳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돈을 주고 협찬을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 낚여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에 갔다가 바가지를 쓴 적도 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계획파와 행동파,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듯하다.
예비 저자: 문단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니까 읽기가 어지럽네요.
글밥 코치: 맞아요, 가독성을 위해서도 문단 나누기는 필요하죠.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일까요?
예비 저자: 음 ‘여행 가기 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를 말하고 싶은 것 같아요.
글밥 코치: 실력이 보통이 아닌데요. 이제 모든 문단은 주제를 향해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문단을 ‘중심 생각’ 단위로 나눠볼게요.
A)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한다. 날씨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가끔은 철저하게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 중심 생각: 나는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한다.
B) 내 친구는 반대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며 아무 예약도 없이 새벽부터 차를 끌고 나간다. 인기 숙소인데 마침 누가 취소를 해서 반값에 묵게 됐다며 그녀는 기뻐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도 충분히 즐기는 그녀가 부러웠다.
→ 중심 생각: 계획 없이도 여행을 잘 다니는 친구가 부럽다.
C)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운이 좋았을 뿐, 식당을 찾지 못해 배를 주린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일로 고생한 적은 없다. 식당이 어디 있는지 확인은 물론, 문 닫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B, C까지 꾸려놓았기 때문이다.
→ 중심 생각: 계획파는 변수가 생겨도 안전하다.
D) 내가 맛집을 찾는 비결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집을 피하는 것이다. 보통은 그런 곳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돈을 주고 협찬을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 낚여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에 갔다가 바가지를 쓴 적도 있다.
→ 중심 생각: 맛집을 인스타그램에서 찾으면 실망하기 쉽다.
E)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계획파와 행동파,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 중심 생각: 계획파와 행동파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예비 저자: 문단별로 나누니까 하고자 하는 말이 좀 더 분명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내 글을 퇴고할 때도 이렇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문단에 하나씩 들어있는지 확인하라는 뜻이군요!
글밥 코치: 맞습니다. 문단마다 중심 생각이 하나씩만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단을 조정해주는 거죠. 가만, 그런데 거슬리는 문단이 있네요.
예비 저자: 거슬린다고요?
글밥 코치: 문단D 말이에요. 계획파와 행동파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중에 ‘맛집을 찾는 비결’이라는 다른 화제가 끼어들었잖아요. 유용한 팁이지만 굳이 필요할까요? 주제에서 어긋나는 내용을 제거해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도드라집니다. 잡초를 뽑아버려야 농작물이 튼튼하게 자라듯이요.
예비 저자: 어쩐지! 글을 한참 쓰다 보면 글이 산으로 가 있을 때가 있더라고요. 원래 말하려고 했던 내용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글밥 코치: 맞아요. 그런데 초고를 쓸 때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생각을 자유롭게 뻗어가기가 힘들거든요. 이렇게 퇴고하면서 문단을 정리해주면 됩니다.
하나 더, 문단E에서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라는 문장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라는 문장 앞에 붙으니 좀 어색한 느낌이 드는데 어디로 옮기면 좋을까요?
예비 저자: ‘계획파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문단A에 어울리는 문장 같아요. 문장을 문단A로 삽입하면 어떨까요?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한다. 날씨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가끔 철저하게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글밥 코치: 좋아요.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한다는 A문단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네요.
예비 저자: 글이 한결 깔끔해졌어요.
글밥 코치: 오늘 기억해야 할 건 이거예요. 한 문단에는 중심 생각이 하나! 각 문단은 주제로 향한다. 일주일 동안은 그 점에 집중해서 퇴고해보세요.
예비 저자: 이제 좀 감이 오는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2화 나무 살피기: 문장 퇴고 ‘더하기’
예비 저자: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알려주신 대로 문단 퇴고를 해봤는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중심 생각 단위로 이야기를 끊어보니까 제가 쓴 글에 주제가 모호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래서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기도 했고요.
글밥 코치: 잘하셨네요! 초고부터 너무 진을 빼지 말라는 이유예요. 문단 단위로 퇴고를 하고 구성을 바꾸다 보면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계속 보이거든요. 퇴고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글의 완성도를 높여가면 됩니다.
예비 저자: 문단 단위로 퇴고를 한 다음에는 문장 퇴고로 가는 거겠죠?
글밥 코치: 맞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멀리서 숲(문단)을 조망했다면 이제 숲속으로 걸어 들어갈 차례입니다. 나무 가까이에 다가가서 살펴보고 거친 나무껍질을 손가락으로 더듬어도 봅니다. 줄기가 튼튼하게 뻗어있는지, 잔가지가 너무 많은 건 아닌지 눈여겨보는 거죠. 문장을 다듬는 방법, 세 가지로 요약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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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저자: 퇴고에도 수학이 필요하군요.
글밥 코치: 안심하세요. 수학보다 쉽습니다. ‘더하기’부터 가볼까요. 무엇을 더할까요?
예비 저자: 글에서 부족한 부분이겠죠?
글밥 코치: 맞아요, 부족한 설명, 묘사, 문장 성분(주어, 목적어 등)을 더합니다. 독자의 눈으로 글을 읽어보라는 거예요. 읽는 사람이 ‘이게 무슨 뜻이지?’하고 자주 멈추거나 검색하게 만들면 불친절한 글입니다. 글만 읽어도 상황이 바로 이해되고 머릿속에 그려지게끔 도와주어야 합니다. 너무 어렵거나 전문적인 용어는 피하고, 쓰고 싶은 경우 설명해주는 게 좋죠. 예문을 살펴볼게요.
[초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옷이 젖거나 말거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에 젖은 김에 수영을 즐겼다.
[설명을 더한 글]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신비로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물속으로 뛰어내리게 했다는 신화 속 요정 세이렌이 속초 앞바다에 찾아온 것인가. 옷이 젖거나 말거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에 젖은 김에 수영을 즐겼다.
글밥 코치: 그리스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세이렌’이 낯설 수 있겠죠. 어떤 맥락인지 한 줄 설명만 붙여줘도 친절한 글이 됩니다.
예비 저자: 사실, 저 그리스 신화를 안 읽어봤거든요. 처음에는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는 뜻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헷갈려요. 너무 세세하게 설명하면 오히려 TMI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글밥 코치: 가령, ‘나는 산책을 하다가 기다란 의자인 벤치에 앉았다’처럼 벤치를 설명할 필요는 없죠. 누구나 알만한 사실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상대방은 모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람마다 경험과 지식의 폭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지식의 저주’라고도 하잖아요.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불친절한 글을 쓸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중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쓰면 친절한 글이 됩니다.
예비 저자: 내용은 충분히 이해가 가게끔 썼는데 왠지 밋밋한 글은 왜 그런 거예요? 사실 제 글이 그렇거든요. 뭔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글밥 코치: 그렇다면 묘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설명은 친절한데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초고]
파리 여행 중에 지하 묘지 카타콤에 가보았다. 루이 16세가 도시 미화 정책으로 묘지의 유골을 모두 지하로 옮긴 곳인데 지금은 관광코스가 됐다고 한다. 지하로 내려가자마자 눈을 의심할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실제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글밥 코치: 눈을 의심할 만큼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데 머릿속에 장면이 정확히 그려지지 않습니다. 카타콤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문장만 가지고 글쓴이의 감정에 공감하기 힘들겠죠. 묘사를 구체적으로 해줘야 합니다.
[묘사를 더한 글]
파리 여행 중에 지하 묘지 카타콤에 가보았다. 루이 16세가 도시 미화 정책으로 묘지의 유골을 모두 지하로 옮긴 곳인데 지금은 관광코스가 됐다고 한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자마자 눈을 의심할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좁은 지하통로 양쪽에는 마치 벽돌처럼 첩첩이 사람 해골을 쌓아 올려 담장 길을 이루고 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진 미로 같은 해골 길을 걷다 보니 점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예비 저자: 와, 정말 느낌이 다르네요. 초고를 읽었을 때는 한 무더기의 해골이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구체적으로 묘사하니까 해골 담장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들어요. 설명과 묘사 더하기. 저도 퇴고할 때 중점적으로 살펴야겠어요. 더해야 할 것이 또 있을까요?
글밥 코치: 가끔 중요한 걸 빠뜨릴 때가 있거든요. 내 머릿속에는 다 들어있으니까 무심코 넘어가요. 퇴고하면서 꼼꼼히 봐야 해요. 아래 예문에서는 무엇이 빠졌을까요?
[초고]
지민이가 주말에 경주에 가자고 했다. 사실은 나도 경주에 가고 싶었지만 선약이 있었다. 일주일 전 남자 친구와 강릉에 가기로 약속한 것이다. 계속 졸라대는 통에 나는 하루 전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가기로 결정했다.
예비 저자: 결국 어디에 가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글밥 코치: 문장의 기본 골격은 주어+(목적어)+서술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간혹 목적어가 꼭 필요한 상황인데 빠뜨리거나 주체가 바뀌었는데도 주어를 알려주지 않는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장소나 사람이 여럿 등장하는 내용에서는 주어와 목적어 등 기본 문장 성분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빠진 문장 성분을 더한 글]
지민이가 주말에 경주에 가자고 했다. 사실은 나도 경주에 가고 싶었지만 선약이 있었다. 일주일 전 남자 친구와 강릉에 가기로 약속한 것이다. 지민이가 계속 졸라대는 통에 나는 하루 전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경주에 가기로 결정했다.
*김선영 작가님의 첫 강의 '숲을 조망하고 나무 살피기' 를 읽고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을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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