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강에서 이어집니다. (1강부터 읽기 ->👉클릭!)
일단 소연은 더위에 민감합니다. 밤에 혼자 노포에서 요기를 하고 있고요, 가게가 덥다고 사장에게 말하지 못하는 소심쟁이입니다. 더워 죽겠는데도 남이 자기 대신 항의를 해줄 것을 원합니다. 근처 테이블의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성격이고요. 자신이 모르는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모자’를 쓰고 있다거나 ‘대머리’라는 것을 언급하는 면에서 알 수 있지요.
자, 컨트롤+에프를 눌러 이름을 ‘소연’이라 바꾸기 전의 모델을 A라고 합시다. 제가 아는 A 는 실제로 아재 입맛에 혼술도 잘 하는 젊은 여자 배우입니다. 성격이 굉장히 소심하다고 하고요. 물론 A는 주인공이 아니라 모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배우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합니다. 어떤 직업이 좋을까요?
여기서 저는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스티븐 킹의 말을 빌려오고 싶습니다.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작법서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일에 대한 소설을 대단히 좋아한다.”
그래요, A가 가만히 앉아서 우울을 곱씹거나 갑자기 들이닥치는 운명적 연인을 만나는 이야기는 물론 작가의 원념을 해소하거나 환상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독자를 현혹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작가가 세기의 천재라면 가능하겠지만 우린 그게 아니니까요. 따라서 이제 우린 A에게 직업을 부여할 것입니다. 여기서 조언하죠. 직업은 당신과 가장 가까운, 당신이 가장 잘 아는, 가급적이면 당신이 종사하고 있는 바로 그것 이어야 편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 일단 독자는 영민합니다. 작가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채지요. 또 한 가지 이유 역시 이와 연관되어 있는데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쓸 때 작가는 흥이 나기 쉽지 않습니다. 진도가 안 나가니까요.
물론 소설을 많이 쓴 작가가 계속 비슷한 얘길 한다면 자기복제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첫 소설'의 ‘첫 단락’을 쓰고 있잖아요? ‘저는 직업을 가진 적이 없는데 어떡하나요?’라는 질문에 되묻겠습니다. 아르바이트 경험은요? 배스킨라빈스에서 오래 일하며 한쪽 팔목이 유독 두꺼워졌을 수도 있고요, 편의점에서 온갖 인간군상을 만나봤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돈 버는 직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직 대학생이라면 코로나 이후 입학생의 대학 생활을 적나라하게 쓰는 것만으로 윗세대 독자의 비상한 관심을 얻을 겁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직업의 가장 지질한 면을 오픈해야 재미있단 사실이에요. 그건 남들이 절 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당신에게는 지질한 일상인 것이 남에게는 전혀 모르던 장면입니다. 그리하여 대단히 흥미로운 배경이 됩니다. 당신이 9급 공무원이라면 공무원 생활에 대해 쓰세요. 9급 사이의 정치질이 공무원 사회 밖의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세요?
당신이 카페 알바라면 카페의 쓰레기통과 화장실을 소재로 끌고 와보세요, 왜냐고요? 원두의 향긋함은 일을 안 해본 사람들 도 알 수 있지만 쓰레기통과 화장실 청소는 모르거든요.
소연으로 돌아올까요. 소연이 포차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저는 앞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게 가장 지질할까요? 취객이 깨뜨리는 술병의 조각들? 반찬을 재탕하라고 시키는 사장? 성희 롱을 일삼는 동네 단골들? 자꾸 밀리는 월급? 갑자기 손님 대 알바로 마주치게 된 중학교 동창?
뭐든 좋습니다. 어쨌든 그 지질한 일상에서 촉발된 문제가, 지금의 소연을 괴롭혀야 합니다. 당신의 지질한 일상을 가지고 들어왔으므로 문제 역시 당신에게 익숙하겠죠. 소연은 그걸 해결하거나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여의치는 않습니다. 평소 우리 삶처럼요.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그 문제를 소연이 말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소연이 스스로 문제를 말 하는 순간 작품은 재미없이 축축 늘어지는 푸념이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내가 묻지도 않았는 데 본인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는 친구는 딱히 만나고 싶지 않잖아요? 내 친구여도 별로인데 모르는 화자라면 어떻겠어요?
여러분은 그 문제가 무엇인지 장면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저는 바로 앞의 문장을 쓸 때까지 그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미리 정해놓고 있지 않았어요. 이제 올라가서는 제가 쓴 몇 줄의 문 장을 다시 읽으며 어떤 장면이 강렬할지 고민했습니다. 바로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썼던 문장들에 의거해서요. '땀 많은 포차 알바생', '새벽 혼술', '대머리', '소심한 성격'. 이 재료들을 비커에 한 데 넣고, 특별하지 않은 적당한 tmi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화학작용이 일어납니다. 일단 조실부모하여 할머니와 살았다고 할까요. 게다가 어려서부터 몸이 퍽 약했다고요. 이 두 가지는 전혀 거창한 특징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도 안 다니는 밤에 요 기를 하고 있는, 멋진 여배우가 아니라 포차 알바생의 삶을 살고 있을 A는, 무엇을 가장 문제시하고 있을까요? 할머니의 꾸중? 위독? 그것도 좋고, 그렇게 참담한 사건이 아니어도 됩니 다. 예컨대 자신에게서 풍길 땀 냄새를 같은 음식점에 있는 노인들에게 들킬까 두려워하는 젊은이는 어떨까요(보통은 젊은이가 노인의 냄새를 불편해하기 때문에 이는 꽤나 재미있는 구도 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니면 너무 더워서, 그리고 포차에서의 과로에 지쳐서, 그만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기절해도 괜찮습니다. 뭐든 좋아요.
여기서 확실한 건, 방금 아무 생각 없이 풍경에 넣은 대머리가 몹시 유용해진다는 겁니다.
자연스러운 조연의 등장이자 국면의 전환이지요.
위에서 제가 예시로 든 여러 상황(할머니의 꾸중, 땀 냄새, 기절)을 각각 표현하고 그 안에 대머리를 끼얹어보겠습니다.
1) ‘할머니의 꾸중’을 사용할 경우
: 핸드폰이 울렸다. 소연은 받지 않았다. 받아봤자 여든 넘은 노인네의 발음은 알아들을 게 못 되었다. 저기 저 대머리의 엄마뻘일 노인네인데. 소연은 계속 찌개에 말은 밥을 훌훌 넘겼 다. 그때 한 병을 더 가지러 일어선 대머리가 갑자기 소연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2) ‘땀 냄새’를 사용할 경우
: 저기, 아가씨. 대머리가 갑자기 소연의 테이블에 다가와 커다란 배를 얹고서는 휘청이며 말했다. 아가씨, 내가 아아주 매너어가 대단한 남자라서 웬만하면 이런 얘긴 안 하는데 말이 야, 대머리에게서 역한 노인 냄새가 났다. 대머리가 말했다. 아가씨, 미이이안한데에, 아가씨한 테서 땀 냄새가 오지게 나서 내가, 토오오를 할 것 같아.
3) ‘기절’을 사용할 경우
: 목과 볼에 열이 마구 올랐다. 눈앞이 흐려졌다. 렌즈를 너무 오래 꼈나 싶어 파우치를 열 어서는 인공눈물을 찾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대머리가 자신을 보더니 앞 자리 노인에게 수군거리는 소리만 크게 들릴 따름이었다. 저어게 바로 알콜중독이야, 저런 딸내미 가진 부모 는 얼마나 속이 썩을까. 그 말에 상처를 받기도 전에 소연은 그대로 엎어졌다.(여기서 이야기 가 재밌어지려면 눈을 떴더니 대머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어야 한다는 거, 자명하죠?)
자, 이제 우리의 소연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1강에서 이어집니다. (1강부터 읽기 ->👉클릭!)
일단 소연은 더위에 민감합니다. 밤에 혼자 노포에서 요기를 하고 있고요, 가게가 덥다고 사장에게 말하지 못하는 소심쟁이입니다. 더워 죽겠는데도 남이 자기 대신 항의를 해줄 것을 원합니다. 근처 테이블의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성격이고요. 자신이 모르는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모자’를 쓰고 있다거나 ‘대머리’라는 것을 언급하는 면에서 알 수 있지요.
자, 컨트롤+에프를 눌러 이름을 ‘소연’이라 바꾸기 전의 모델을 A라고 합시다. 제가 아는 A 는 실제로 아재 입맛에 혼술도 잘 하는 젊은 여자 배우입니다. 성격이 굉장히 소심하다고 하고요. 물론 A는 주인공이 아니라 모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배우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합니다. 어떤 직업이 좋을까요?
여기서 저는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스티븐 킹의 말을 빌려오고 싶습니다.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작법서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일에 대한 소설을 대단히 좋아한다.”
그래요, A가 가만히 앉아서 우울을 곱씹거나 갑자기 들이닥치는 운명적 연인을 만나는 이야기는 물론 작가의 원념을 해소하거나 환상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독자를 현혹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작가가 세기의 천재라면 가능하겠지만 우린 그게 아니니까요. 따라서 이제 우린 A에게 직업을 부여할 것입니다. 여기서 조언하죠. 직업은 당신과 가장 가까운, 당신이 가장 잘 아는, 가급적이면 당신이 종사하고 있는 바로 그것 이어야 편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 일단 독자는 영민합니다. 작가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채지요. 또 한 가지 이유 역시 이와 연관되어 있는데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쓸 때 작가는 흥이 나기 쉽지 않습니다. 진도가 안 나가니까요.
물론 소설을 많이 쓴 작가가 계속 비슷한 얘길 한다면 자기복제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첫 소설'의 ‘첫 단락’을 쓰고 있잖아요? ‘저는 직업을 가진 적이 없는데 어떡하나요?’라는 질문에 되묻겠습니다. 아르바이트 경험은요? 배스킨라빈스에서 오래 일하며 한쪽 팔목이 유독 두꺼워졌을 수도 있고요, 편의점에서 온갖 인간군상을 만나봤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돈 버는 직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직 대학생이라면 코로나 이후 입학생의 대학 생활을 적나라하게 쓰는 것만으로 윗세대 독자의 비상한 관심을 얻을 겁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직업의 가장 지질한 면을 오픈해야 재미있단 사실이에요. 그건 남들이 절 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당신에게는 지질한 일상인 것이 남에게는 전혀 모르던 장면입니다. 그리하여 대단히 흥미로운 배경이 됩니다. 당신이 9급 공무원이라면 공무원 생활에 대해 쓰세요. 9급 사이의 정치질이 공무원 사회 밖의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세요?
당신이 카페 알바라면 카페의 쓰레기통과 화장실을 소재로 끌고 와보세요, 왜냐고요? 원두의 향긋함은 일을 안 해본 사람들 도 알 수 있지만 쓰레기통과 화장실 청소는 모르거든요.
소연으로 돌아올까요. 소연이 포차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저는 앞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게 가장 지질할까요? 취객이 깨뜨리는 술병의 조각들? 반찬을 재탕하라고 시키는 사장? 성희 롱을 일삼는 동네 단골들? 자꾸 밀리는 월급? 갑자기 손님 대 알바로 마주치게 된 중학교 동창?
뭐든 좋습니다. 어쨌든 그 지질한 일상에서 촉발된 문제가, 지금의 소연을 괴롭혀야 합니다. 당신의 지질한 일상을 가지고 들어왔으므로 문제 역시 당신에게 익숙하겠죠. 소연은 그걸 해결하거나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여의치는 않습니다. 평소 우리 삶처럼요.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그 문제를 소연이 말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소연이 스스로 문제를 말 하는 순간 작품은 재미없이 축축 늘어지는 푸념이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내가 묻지도 않았는 데 본인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는 친구는 딱히 만나고 싶지 않잖아요? 내 친구여도 별로인데 모르는 화자라면 어떻겠어요?
여러분은 그 문제가 무엇인지 장면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저는 바로 앞의 문장을 쓸 때까지 그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미리 정해놓고 있지 않았어요. 이제 올라가서는 제가 쓴 몇 줄의 문 장을 다시 읽으며 어떤 장면이 강렬할지 고민했습니다. 바로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썼던 문장들에 의거해서요. '땀 많은 포차 알바생', '새벽 혼술', '대머리', '소심한 성격'. 이 재료들을 비커에 한 데 넣고, 특별하지 않은 적당한 tmi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화학작용이 일어납니다. 일단 조실부모하여 할머니와 살았다고 할까요. 게다가 어려서부터 몸이 퍽 약했다고요. 이 두 가지는 전혀 거창한 특징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도 안 다니는 밤에 요 기를 하고 있는, 멋진 여배우가 아니라 포차 알바생의 삶을 살고 있을 A는, 무엇을 가장 문제시하고 있을까요? 할머니의 꾸중? 위독? 그것도 좋고, 그렇게 참담한 사건이 아니어도 됩니 다. 예컨대 자신에게서 풍길 땀 냄새를 같은 음식점에 있는 노인들에게 들킬까 두려워하는 젊은이는 어떨까요(보통은 젊은이가 노인의 냄새를 불편해하기 때문에 이는 꽤나 재미있는 구도 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니면 너무 더워서, 그리고 포차에서의 과로에 지쳐서, 그만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기절해도 괜찮습니다. 뭐든 좋아요.
여기서 확실한 건, 방금 아무 생각 없이 풍경에 넣은 대머리가 몹시 유용해진다는 겁니다.
자연스러운 조연의 등장이자 국면의 전환이지요.
위에서 제가 예시로 든 여러 상황(할머니의 꾸중, 땀 냄새, 기절)을 각각 표현하고 그 안에 대머리를 끼얹어보겠습니다.
1) ‘할머니의 꾸중’을 사용할 경우
: 핸드폰이 울렸다. 소연은 받지 않았다. 받아봤자 여든 넘은 노인네의 발음은 알아들을 게 못 되었다. 저기 저 대머리의 엄마뻘일 노인네인데. 소연은 계속 찌개에 말은 밥을 훌훌 넘겼 다. 그때 한 병을 더 가지러 일어선 대머리가 갑자기 소연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2) ‘땀 냄새’를 사용할 경우
: 저기, 아가씨. 대머리가 갑자기 소연의 테이블에 다가와 커다란 배를 얹고서는 휘청이며 말했다. 아가씨, 내가 아아주 매너어가 대단한 남자라서 웬만하면 이런 얘긴 안 하는데 말이 야, 대머리에게서 역한 노인 냄새가 났다. 대머리가 말했다. 아가씨, 미이이안한데에, 아가씨한 테서 땀 냄새가 오지게 나서 내가, 토오오를 할 것 같아.
3) ‘기절’을 사용할 경우
: 목과 볼에 열이 마구 올랐다. 눈앞이 흐려졌다. 렌즈를 너무 오래 꼈나 싶어 파우치를 열 어서는 인공눈물을 찾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대머리가 자신을 보더니 앞 자리 노인에게 수군거리는 소리만 크게 들릴 따름이었다. 저어게 바로 알콜중독이야, 저런 딸내미 가진 부모 는 얼마나 속이 썩을까. 그 말에 상처를 받기도 전에 소연은 그대로 엎어졌다.(여기서 이야기 가 재밌어지려면 눈을 떴더니 대머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어야 한다는 거, 자명하죠?)
자, 이제 우리의 소연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